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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날쮸's 인디무비] 있지만, 없다
  • 오영주 기자
  • 승인 2017.06.22 00:3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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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골 할머니댁이 재개발됐다.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던 길목은 항상 진흙투성이였지만, 소똥 냄새도 났지만, 할머니댁에 가는 것은 소풍 갈 때처럼 신났다. 손녀를 위해 매일 끓여주시던 호박죽은 서울에서 먹던 사탕보다 훨씬 신기하고 맛있었다.
 
뒤늦게 찾아간 그 곳에는 멀끔하게 포장된 도로와 고층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었다. 사촌언니와 함께 소꿉놀이하던 마당, 밤마다 무서워서 엄마 손을 잡고 가던 푸세식 화장실은 없었다. 분명 같은 장소임에도 추억 속 시골할머니집은 영영 사라져버렸음을 깨달았다.
 
씨네허브단편영화 상영관에서 볼 수 있는 <북아현동>(감독 오세윤, 3분 34초)은 재개발이 시작된 도시에 살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.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음이 분명한 이 남자는 시끄러운 공사 현장 소음을 들으며,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다 문득 카메라를 들고 일어선다.
 
남자의 카메라 셔터가 움직임에 따라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할 재개발 전의 고향, 추억 속 북아현동의 모습이 촤르륵 펼쳐진다. 남자는 소중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카메라 속에 봉인하고 있다.
 
영화는 스냅사진처럼 아름답고 감각적인 화면들로 가득채워져 있다. 약 3분 간의 짧은 시간, 긴 이야기를 하지 않고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.  ​

/마이씨네 오영주 기자

오영주 기자  ohyj87@naver.com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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